국내산이니까, 냉장육이니까 비싸다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듯하다. 최근 이베리코 흑돈의 강세가 이를 증명해준다. 국내 돈육시장에서는 오랫동안 국내산 냉장 돈육만이 고가로 거래되었다. 중저가 시장에는 국내산 냉동 돈육이, 그리고 저가 시장에는 수입육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위계는 2010년대, EU와의 FTA 발효 이후 조금씩 달라진다. 관세가 철폐되고 높은 퀄리티의 프리미엄 돼지고기가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돈육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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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수입 돈육이 한돈과 가격이 아닌 품질로, 그리고 가치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인 건 이베리코 흑돈이다. 스페인의 이베리코 흑돼지는 광활한 초지에 방목되어 길러질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배합사료가 아닌 도토리를 먹고 자란다. 또 일반적인 개량종 돼지가 약 6개월간 사육되는 것과는 달리 이베리코 흑돈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진하고 붉은 육색을 띌 뿐만 아니라 쇠고기에 버금가는 마블링이 형성된다.

사실상 삼겹살은 오랜 기간 대중적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맛과 품질을 상승시킬만한 뚜렷한 계기가 없었다. 품질과 가치보다는 가격 중심으로 돈육 시장이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브랜드들의 혁신과 발전 정체가 갑자기 등장한 이베리코의 존재를 더 돋보이게 했다.

이베리코의 등장과 선풍적인 인기는 우리나라의 돈육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삼겹살 시장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한돈 산업은 이제 가성비 중심에서 가치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해야 한다. 다양한 품종과 사육 방식의 차별화, 그리고 다양한 숙성 방법 등을 통해 한돈 산업의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더이상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아닌 진정한 ‘브랜딩’이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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