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칭얼거리는 아기를 보고 의문을 가진 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하버드 대학교의 데이비드 헤이그(David Haig) 교수인데요. 2014년에 그는 한 논문에서 아기의 칭얼거림은 동생의 탄생을 막으려는 일환이라고 주장합니다.

아기 입장에서는 엄마가 곧바로 임신을 하게 되면 부모를 두고 동생과 경쟁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밤중에 깨어나 엄마를 불러내고, 엄마 젖을 먹음으로써 동생의 탄생을 지연시킨다는 거죠. 자신의 생존율을 더 높이기 위해서요.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에 따르면 유전자는 유전체 갈등(Genomic Conflict)을 겪는다고 합니다. 유전자끼리 협력만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의 이득을 위해 서로 경쟁한다는 거죠. 

아기는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가 조합되어 만들어집니다. 다시 말해 아기의 유전자는 엄마의 유전자와 약 50%만 일치할 뿐이죠. 50%의 유전자만 같은 꼴이니 사실상 ‘남’인 겁니다. 여기에서 유전체 갈등이 비롯돼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완벽한 협력이 가능하겠어요? 

태아는 엄마로부터 더 많은 영양분을 빨아 당기려하고 이는 엄마에게 임신 빈혈을 유발합니다. 반대로 엄마는 장차 미래에 태어날 아기를 생각해 무한정 영양분을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임신은 필연적으로 엄마와 태아의 갈등이 수반된 과정인 셈인거죠.

유전자 관점에서 보면 임신과 육아가 마냥 숭고하고 아름다운 건 아닙니다. 서로 뺏고 빼앗기는, 끊임없는 유전체 갈등의 살아있는 장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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